둠을 위한 최강의 머신은 GTX TITAN X/GTX 980Ti 사실, 어떤 게임이든 이 두 녀석이 대부분의 환경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기에 진부하지만, 역시나 또 최강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곧 그 녀석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어쨌든, 해상도를 막론하고 최고의 성능을 발휘해주었고, 이 두 녀석을 위협할 만한 다른 그래픽 카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FHD(1920x1080) 해상도에서는 평균 프레임은 무려 100 프레임을 넘겼으며, 최소 프레임조차 60 프레임을 훌쩍 넘겨, 둠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건 간에 60 프레임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시네마 뷰 모니터(21:9)를 고려한 해상도 테스트에서도 훌륭한 모습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2560x1080은 물론이고, 3440x1440 해상도까지 평균 60 프레임 이상을 달성한 것.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에게 철옹성과도 같은 4K/UHD(3840x2160) 해상도는 60 프레임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평균 40 프레임 이상을 달성함으로써 게임플레이에는 지장 없는 수준을 보장한다. 이는 ULTRA 옵션 적용 시의 결과이기 때문에, 욕심을 조금만 버리고 옵션 타협을 적용한다면, 평균 40~60 프레임 수준으로 쾌적하게 둠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둠에 있어서 GTX TITAN X/GTX 980 Ti의 성능적 카리스마는 둠의 등장 악마 중 사이버데몬(Cyberdemon) 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쾅쾅.
충분히 훌륭한 GTX 980/970, R9 Fury X/Fury/Nano 앞의 두 녀석이 워낙 훌륭해서 그렇지, 사실 지포스에서는 GTX 980/970 라데온에서는 Fury 3형제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나 가격까지 고려했을 때 FHD 해상도를 사용하는 게이머라면 GTX 970을 초과하는 그래픽 카드가 필요할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GTX 970의 성능이 훌륭하게 관측됐다.(무려 최소, 평균 프레임 모두 60 프레임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다만, FHD를 초과하는 해상도 영역에서는 역시나 최근 AMD 그래픽 카드의 특징이 여지없이 발휘되면서 Fury 3형제의 성능이 더 돋보이게 되는데, QHD 해상도만 되어도 GTX 980은 더이상 자신의 성능을 뽐내지 못하며, 4K 영역까지 가버리면, Fury 형제들에게 상위급의 위치를 고스란히 내어주게 된다.
즉, 열거한 5종의 그래픽 카드는 둠의 등장 악마 중 바론 오브 헬(Baron of Hell) 급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혼란스러운 그래픽 카드 성능 그리고 최적화 및 SLI/CFX 여기까지만 보면, 둠의 최적화가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다고 볼 수 없는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지포스의 경우 날아다니고 있는 맥스웰 그래픽 카드와 달리 상대적으로 맥을 못추는 케플러 기반 그래픽 카드를 예로 들 수 있는데, GTX 780 Ti의 경우 동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GTX 970과 비교했을 때 무려 20% 이상의 차이로 성능이 더 낮은 것으로 측정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GTX 780은 심지어 GTX 960 보다도 낮은 성능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아무리 프로그램에 따라 상이한 아키텍처 GPU 간의 효율 차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성능 차이로 느껴진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이와 같은 문제는 AMD 라데온에서도 발생한다. Fury 3형제와 R9 380 시리즈 및 R9 285는 GCN 1.2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 카드이며, 그외 R9 390X/390, R9 290X/290을 필두로한 기존 그래피 카드는 GCN 1.1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 카드이다. 문제는 GCN 1.1 기반 아키텍처인데, 한때 중원을 호령하던 R9 390X/390, R9 290X/R9 290와 같은 그래픽 카드가 R9 380X 보다도 낮은 성능을 보여준다면 쉽게 납득이 가는가? 근데 이것이 둠에서는 현실로 나타난다. 또한, 같은 맥락으로 R9 285의 경우에는 R9 280X 및 HD 7970 GHz Edition 보다도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이렇게 양 사의 혼란스러운 그래픽 카드 성능 덕분에, 필자는 데이터 측정 오류인줄만 알고, 몇 번이나 다시 테스트를 해보고, 드라이버 삭제/설치 반복 및 레지스트리 정리와 PCI Express 작동 배속/클럭 스피드/GPU LOADD율까지 모니터링하였지만 가시적으로 전혀 이상이 없었다. 즉,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이 모양인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이 둠 자체의 게임 특성 문제인지 아니면 둠 빌드 업데이트 혹은 양 사의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는 현재 단서로서는 확신할 수 없으나, 게이머로서 지금보다 개선되기를 바란다. 기존 그래픽 카드 사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 아닌가? 따라서 최신 맥스웰 그래픽 카드나 GCN 1.2 기반의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게이머라면 최적화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그 외의 그래픽 카드 게이머라면 최적화 부문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가 없을 것이다. 참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아쉬운 점은 다른 부분에서 또 발견된다. SLI/CFX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본 벤치마크에서는 테스트 시점 기준으로 가장 최신의 드라이버(NVIDIA 365.19, AMD 16.5.2)를 사용했음에도 SLI/CFX 지원 및 성능 발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게임 특성에 따라 멀티 GPU 기술의 특성상 구현이 어려울 수도 있는 부문이지만, 아직까지 프로파일 지원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지원 부문에 있어서는 요원한 것으로 생각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정도의 대작 게임이라면 당연히 지원이 될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을텐데... 이 부문 역시 아쉬운 대목으로 꼽고 싶다.
지포스 400, 500 시리즈 vs. 라데온 HD 5000, 6000 시리즈 DX11 세대 초창기에 해당하는 본 그래픽 카드들은 모두 유효 메모리(=유효 프레임버퍼) 용량이 2GB를 넘기는 모델이 전무하기 때문에, 둠을 구동함에 있어 많은 양의 메모리를 요구하는 ULTRA 옵션 적용은 애초에 무린다. 따라서 LOW 옵션을 적용하여 추가 테스트를 실시하였다.(하지만 전반적인 체감 화질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둠을 재밌게 플레이하는 것에 심각한 요소는 아니다)
결과를 살펴보면, 역시나 재밌는 요소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페르미 아키텍처의 약진이다. 가장 먼저, 당대 최강의 성능을 자랑했던 GTX 580의 경우 1.5GB의 메모리 용량에도 적지 않은 힘을 받으면서 평균 50 프레임 이상이라는 좋은 성적을 받아내었다. 또한, 필자의 체감 상으로도 GTX 580으로 둠을 가동했을 때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으며, 오롯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반면, GTX 480 보다 조금 더 우세한 3D 게임 성능을 보여줬던 GTX 570의 경우 태생적인 한계(메모리 용량 및 유닛 구성)로 인해 GTX 480 보다 낮은 성능을 기록하여, '지옥에서 온 불타는 돼지'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GTX 480이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선을 옮겨 라데온 그래픽 카드와 지포스 그래픽 카드의 성능 양상을 분석해보면 전반적으로 페르미의 압도적 우세가 점쳐진다. GTX 470~GTX 480 사이의 성능으로 평가받았던 HD 5870은 겨우 GTX 460 1GB와 싸우는 형국이고, 그 아랫급들은 말할 것도 없다. 라데온 그래픽 카드의 경우 최신 크림슨 드라이버(16.5.2)와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용 레거시 드라이버를 적용하게 되었는데(크림슨 16.2.1) 이러한 것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정확한 버전은 제시할 수 없으나, 분명 언젠가부터 구형 그래픽 카드들에 대한 성능 지원이 매우 성의 없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성능 최적화가 형편 없었고, 그 결과가 이렇게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물론, DX11 렌더링에 더 유리한 구조를 띤 페르미 아키텍처가 여전히 유리한 건 사실이다) 여전히 페르미 아키텍처도 최신 지포스 통합 드라이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NVIDIA의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 물론, 2016년 현시대에서 이렇게 구형 그래픽 카드를 누가 얼마나 사용할지는 의문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벗어나서 꼭 짚어보고 싶은 부분이다.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둠에게 더이상의 충격과 파급력은... 이렇게, 모든 벤치마크와 해설은 끝이 났다. 그리고 둠은 충분히 우리에게 재밌는 게임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과거에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가 그랬던 것 처럼,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게임 업계는 물론 하드웨어 업계까지 관심과 이슈를 만들어내고 게이머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 붐을 일으킬 수 있는 파급력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아니, 기대를 하기엔 무리인 상황이 되었다. 과거와 달리 게이머들의 눈높이는 한없이 높아졌고 또 다양화되었으며, 게임 산업 역시 자본 산업으로서 비대해지고 또 고착화된 부분들이 분명 있다. id software가 추구한 소수 정예의 개발 팀원들이 합심하여 장인이 한땀한땀 구슬땀을 흘리며 제작하던 방식으로는 더이상 충격과 파급력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둠의 팬으로서 빠심을 제거하더라도 그들이 정말 소수 정예의 인원들이 모두 장인 정신으로 한땀 한땀 개발에 힘쓸지는 알 수 없을 노릇이지만, 애초에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로서 존재하는 한, 게임 그 자체로서 재미를 보장해주면 충분한 것 아닌가? 즉, 이제는 우리가 둠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에 대한 다방면의 무게를 스스로 놓아주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비록, FPS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에서 이제는 하나의 재미있는 액션 게임으로 본연에 충실한 자리로 돌아왔지만, 이러한 부분이 게임에 대한 평가 요소까지 가볍게 침해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둠의 팬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게이머로서 둠은 올드 팬들의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충분히 많은 노력을 가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고, 또 그래픽과 기술적인 부문에서도 더이상 온리 원이 아닐지언정, 훌륭한 아트와 오컬트적 요소를 십분 살린 특유의 세게관으로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본 벤치마크와는 다른 게임 자체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쨋든, 이제는 테스트가 아닌 둠 본연의 감성을 느끼위해 떠나야겠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