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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2021.03.09 23:09
예전에 키보드에 관심이 많았을 때 씽크패드 키보드를 찾아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야마토 연구소 불후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7열이나 거기서 나온 자식인 6열의 키감이 그렇게 평이 좋아서 궁금했기도 하고, 저 가운데 빨콩이 익숙해지면 마우스를 못 쓴다길래 그것도 되게 궁금하더라구요. 결국 못 구하고 지금은 시들었었는데 퀘존 분이 나눔을 해주셔서 운 좋게 써볼 기회를 얻게 되었네요.
일단 첫 느낌이라 하면, 아무래도 좁다란 노트북 폼팩터에 맞춰서 설계된걸 스탠드 얼론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일반적인 텐키리스보다도 더 좁더라구요. 그래서 파지하기가 좀 불편하다 싶었는데 키 간격 조절은 잘 해놔서 생각보다 오타가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파지 때문에 완벽하게 오타가 안난다고 말은 못하겠는데 좀 치는 것만으로 오타가 사라졌네요. 역시 하루이틀 만든게 아니라 그런지 나름 인체공학을 신경 썼구나 싶었습니다.
빨콩은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은 아니고(옛날엔 빨콩이 물리적으로 움직였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네요.) 가운데 까만 부분이 센서로 이뤄져서 이 구역에서 손이 움직인걸 감지하는 방식인데 생각보다 민감도가 되게 높습니다. 커서가 휙휙 옮겨가서 사용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마우스 DPI를 좀 줄여야 하나 싶은데 마우스를 따로 쓸 때 또 교정할거 생각해서 그냥 하지 말까 고민 중이네요. 다만 빨콩을 억지로 쓰면서 확실히 손 동선이 키보드 바깥으로 안 나가니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익숙해지면 확실히 편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았어요. 사족이지만 빨콩이 아이패드에서도 작동하더라구요.
그리고 키감은... 정말 대단하네요. 예전에는 로지텍 K580을 썼습니다. 로지텍도 펜타그래프 키보드 쪽에서는 키감 좋기로 되게 유명한 곳인데, 얘 키감은 정말 쫀득하다는게 무슨 느낌인지 정말 여실히 느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스프링 반발력이 세서 로지텍의 찰찰거리는 키감과는 반대로 펜타그래프가 아니라 LP 흑축을 치는 것 같은 그런 쫀득한 반발력이 인상적입니다. K580을 쓸 때는 나름 매력있는 키감이지만 그래도 레포트 같은거 쓸 때는 기키를 따로 달아주는게 재밌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얘 달아놓으니까 굳이 안 그래도 될 것 같네요. 오래 치면 손이 좀 아플 것 같긴 한데 ㅋㅋ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로지텍의 블루투스 키보드 같이 멀티페어링해가면서 쓰는 편의적 컨셉이 아니다보니 멀티커넥트는커녕 멀티페어링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점은 좀 아쉽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기존 K580은 아이패드에 물려놓다가 가끔 키패드 쓸 때 꺼내쓰고, 타이핑할 때는 이 친구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빨콩은 생각보다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키감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방입인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나눔해주신 분께 감사하단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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