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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Steel)
스페인 톨레도(Toledo) 지역은 고대 시대부터 품질 좋은 강철 생산과 도검 제작으로 유명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를 시작으로 중세에 이르기까지 톨레도산 검은 최고 명품이었죠. 이 지역에서 채광되는 철광석 품질이 좋기도 좋았지만, 일찍이 저탄소강과 고탄소강을 반복 접쇠 하는 기술을 먼저 개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강철의 최종 품질을 결정짓는 열처리 기술까지 뛰어났습니다. 동시대 어떤 강철보다 우수했지요. 이러한 연유로 유럽 귀족들은 웃돈을 주면서 톨레도산 도검과 갑옷을 구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로마 군단에 보급하던 글라디우스 역시 톨레도산이었습니다. 군단이 천하무적이었던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톨레도산 강철이 한몫한 건 확실합니다.
<출처 :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여행기>
톨레도 도검은 부채꼴로 전시하는 게 특징입니다. 여러 제품을 부채꼴로 전시하는 건 공정을 표준화하고 규격화했음을 과시하는 겁니다. 이게 바로 톨레도 강철이 명품으로 취급받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타지역은 소수 장인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있었습니다. 철의 제련을 오롯이 그들 경험과 감에 의존했지요. 하지만, 스페인은 중세 이전에 이미 품질의 균일화를 이루어 냅니다.
강철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만, 본격적으로 활약한 시기는 15세기 에스파다 로페라(Espada ropera)의 등장이라고 이야기들 합니다. 이 시기에 기술의 발전으로 톨레도 강철은 기존 강철보다 2배 이상 가벼워집니다. 강도는 3배 이상 강해지지요. 이를 균일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게 되는데, 이 특징을 살려서 나온 무기가 바로 스페인의 에스파다 로페라(영어로 Rapier라고 불리는)입니다. 강철이 가볍고 강해지면서 더는 검을 양손으로 들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제부터 한 손으로 휘두른 검이 치명상을 입힐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부터 유럽 검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다른 지역을 정복할 때 큰 힘을 발휘합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프란체스코 피사로(Francisco Pizarro González, 1478~ 1541) 역시 그의 군대가 톨레도 강철로 무장했기에 잉카제국을 정복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수급과 품질이 불안정한 화약 무기보다는 언제나 믿음직한 톨레도산 무구가 진짜 무기였다고 말이죠.
(ASUS MAXIMUS VI IMPACT)
뜬금없지만 톨레도 강철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왜냐? 최근 데스크톱 시장을 보면서 15세기 에스파다 로페라(Espada ropera) 시대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메인보드 제조사가 Mini-ITX 제품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시점을 ASUS MAXIMUS VI IMPACT로 봅니다. IMPACT가 등장하기 이전 Mini-ITX 폼팩터는 전반적으로 부실했습니다. 특히 전원부가 부실하여 주 시스템으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간단한 문서 작업이나 영화 감상 정도라면 모를까요.
오늘날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이제 Mini-ITX 폼팩터에도 고성능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지요. 고성능 프로세서를 식히기 위해서는 크고 무거운 공랭 쿨러가 필요한데, 큰 쿨러는 그만큼 면적을 차지합니다. 당연히 Mini-ITX에는 장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습니다. 작은 부피와 강력한 쿨링 성능을 지닌 일체형 수랭 쿨러가 등장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소비 패턴도 변화했습니다. 이런저런 요소가 맞물려 이제는 작고 강력한 Mini-ITX 본체를 주 시스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도래했습니다. 마치 강철이 더 나은 합금으로 가벼워지고 강해진 그 때 처럼 말입니다.
저장장치도 한몫했으리라 봅니다. HDD 용량이 300GB, 500GB가 고작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TB 단위 SSD가 주를 이룹니다. 여기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 클라우드 서비스 보편화로 저장장치 1개만 있어도 PC를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비유에 더 와닿는 제품군은 메인보드입니다. Mini-ITX 성장에 가장 기여한 건 메인보드 제조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톨레도 강철은 아마 메인보드라고 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그래도 굳이 언급한 이유는 Mini-ITX 폼팩터가 진화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단점이 상쇄되고 있습니다. 우수한 공간 활용성, 이동 편의성, 조립(빌드) 재미 등 기존 장점은 그대로 간직한 채로 말입니다. 최근 많은 이들이 이러한 Mini-ITX 매력에 빠져 개성 넘치는 빌드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제품도 Mini-ITX 케이스입니다. Antec Striker이지요. 이미 작년 10월 소개해드린 적 있는데, Phantom Gaming과 콜라보하면서 다시 소개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전 제품과 비교하여 달라진 점이라고는 로고 변경뿐인지라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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