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마스터, 리메이크, 리부트란 무엇일까?

퀘이사존중독
42 2000 2020.04.28 17:59


안녕하세요, 퀘이사존 중독입니다. 


과거 게임 업계 최전성기에는 많은 업체가 막대한 비용과 아이디어, 인력을 쏟아붓는 공격적인 투자로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비록 막대한 투자 때문에 회사를 휘청이게 하거나 게임 프랜차이즈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덕분에 참신한 명작들도 많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게임 업계의 최전성기가 지나면서 메이저 회사의 AAA급 타이틀을 제외하면 게임에 대한 투자금이 줄어들기도 했고, 실패의 위험이 있는 새로운 시도보다 과거에 성공했던 것을 다시 시도하면서 소위 망하지 않는 게임을 만드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과거의 명작을 현세대 플랫폼으로 이식하고, 그래픽 품질 등을 높여 리마스터하거나 혹은 리메이크나 리부트를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게임의 이식과 리마스터, 리메이크, 리부트를 소개하며 서로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모 회사의 리포지드까지도요.





왜 리마스터 열풍이 불고 있을까?




최근 2007년 출시하여 당시에 실사와 같은 충격적인 그래픽을 선보였던 크라이시스의 리마스터 소식이 들리기도 했는데요. 이식, 리마스터, 리메이크 등은 어떤 장점이 있기에 게임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흐름에 매진하고 있을까요? 






첫째, 원래 있던 게임을 다시 만들기 때문에 기획 단계의 비용이 현저히 적게 들어갑니다. 새로운 게임을 구상하고 기획하기 위해 머리 싸맬 필요가 없고, 이미 스토리텔링 완성도의 검증도 끝난 각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모두 절약할 수 있습니다.






둘째, 프랜차이즈 시리즈들은 몇 년에 걸쳐 시리즈를 거듭하다 보니 신규 유저들은 진입 장벽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마블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여준다 한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이어져 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녹여낸 감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국내에서만 무려 1,393만 명이 관람하며 외화 기록 1위를 갈아치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그나마 영화는 10~20년이 지나도 다시 보는 데 크게 무리가 없지만, 만약 20년 된 게임을 지금 다시 하려고 하면 현세대의 그래픽에 익숙해져 있는 게이머들이 보기에는 그래픽 품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신규 유저가 접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15년간 이어져 온 니혼 팔콤의 궤적 시리즈. 10여 편이 넘는 게임이 하나의 세계관 속에서 이어지는 방대한 스토리를 자랑하지만, 그로 인해 이제 새로 시작하기에는 건드리기 힘든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셋째. 홍보 면에서도 과거의 향수를 지닌 팬에 의해 입소문을 타기도 하고 그 게임을 즐겨보지 않은 사람들은 과거의 명작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접근하기도 합니다. 최신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리마스터 작품으로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접하게 되면서 점차 프랜차이즈 전체에 관심 두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런 여러 가지 장점들로 게임사들은 과거의 명작들을 다시 조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식·리마스터·리포지드·리메이크·리부트



이식(Porting)


이식이라는 말은 본래는 식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다는 뜻을 가진 移植(옮길 이, 심을 식, 식물 따위를 옮겨 심음)에서 생긴 말입니다. 요즘은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최초 출시된 플랫폼에서 훗날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할 때 이식(porting)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을 가정용 콘솔로 이식한다거나, PS1으로 출시했던 게임을 PS4로 이식하거나, PC나 콘솔 게임을 스마트폰 등으로 이식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종종 이식하면서 원작에는 없던 구성 요소를 추가하고, 원작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보여주는 경우에는 '초월이식'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잘된 이식작의 예를 꼽으라면 2017년 PS4, 3DS판으로 출시한 뒤 2019년 스위치판으로 이식된 '드래곤 퀘스트 XI S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 Definitive Edition'입니다. 비록 PC나 PS4보다 3D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한국 PS4와 PC판에 없던 일본어 음성 지원, 오케스트라 BGM, 동료들의 사이드 스토리 추가 등 원작 이상의 즐길 거리가 제공되는 완전판+이식판입니다.





리마스터 (Remaster)


리마스터는 원래 음악에서 마스터링(Mastering)을 다시(Re)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자신의 앨범을 리마스터한 바 있고 점차 분야를 넓혀 영화계로 넘어오면서 화질을 개선하고 일부 장면을 대체하는 리마스터가 진행되었는데요. 게임의 리마스터 역시 고전 게임들이 현세대 그래픽 품질에 맞게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DLC 등을 포함하는 완전판으로 출시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헤일로처럼만 리마스터해준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잘된 리마스터의 예는 우리의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빼놓을 수 없고요. 그 외로 헤일로 마스터치프 컬렉션과 기어스 오브 워,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드 등은 매우 뛰어난 리마스터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위)와 원작(아래)의 이미지 비교
칼럼: 컴덕 관점에서 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그래픽 100% 즐기기 [바로 가기]

 

그리고 Xbox One은 구세대 Xbox 콘솔과의 하위 호환을 지원하는데 Xbox One X Enhanced를 통해 리마스터에 준하는 디테일 향상 및 프레임 향상을 보여주어 웬만한 게임 제작사가 내놓는 리마스터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역사상 최악의 리마스터로 평가받는 게임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리포지드와 함께 보시죠.






리포지드 (Reforged)


리포지드는 사실상 리마스터와 같은 의미입니다. 다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 특성을 고려해 이름을 커스텀 한 것이죠. 보통 판타지 세계관에는 술과 보석을 좋아하지만, 손기술이 빼어난, 작지만 호탕한 성격을 지닌 드워프 종족이 등장합니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드워프의 수도는 아이언포지인데요. 강철 제련소를 의미하는 아이언(Iron, 쇠) 포지(forge, 대장간, 제련소)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드워프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리포지드(Reforged)는 금속을 다시 제련한다는 의미로 워크래프트 III: 리포지드는 워크래프트 III를 다시 제련하여 벼려내었다는 야심 찬 네이밍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수많은 게이머가 기다렸던 결과물은 그동안 블리즈컨에서 보여주었던 컷 신들도 없었고 그나마 있는 것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었으며, 그래픽 오류와 심각한 프레임 저하, 출시 초기 각종 버그가 게임을 지배했습니다. 메타스코어 92점을 기록했던 훌륭했던 명작을 토대로 만들어졌음에도 메타스코어 59점의 졸작으로 출시했고, 유저 평점은 0.6점을 기록하며 역사상 최악의 평가를 받는 게임이 되었었습니다. (확장팩을 포함하면 톰 클랜시의 디비전 2: 뉴욕의 지배자가 0.4점으로 1위)





리메이크 (Remake)


리메이크는 다시(Re) 만든다(make)는 의미입니다. 리마스터가 원작을 요즘 봐도 그럴듯하게 보기 좋도록 만든다면, 리메이크는 원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세대 기기와 게임 엔진에 맞추어 완전히 다시 만듭니다. 예를 들면 1997년 출시한 파이널 판타지 7과 4월 10일 출시한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를 비교한 아래 이미지를 보면 리메이크가 무엇인지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니블헤임 마을에서 티파와 클라우드


파이널 판타지 7도 당시에는 3D 그래픽을 도입하며 엄청난 비주얼을 뽐냈던 작품인데, 2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요즘의 눈으로 보면 저런 그래픽으로 게임을 하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훌륭한 리메이크는 원작과 함께 제작사를 빛내주기도 한데요. 캡콤은 몬스터헌터: 월드 성공 이후 바이오하자드 2의 리메이크인 바이오하자드 RE:2의 성공으로 인해 개껌으로 불리던 회사를 갓콤이라 불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3로 다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지만요….





리부트 (Reboot)

그럼 리부트는 무엇일까요? PC 마니아들에게는 매우 친숙하실 텐데요. PC 용어로 시스템 다시 시작을 흔히 '부팅한다'고 표현합니다. 리부트는 여기에서 기인한 말입니다. 다시(re) 시작(boot)한다는 의미로 원작의 큰 줄기, 예를 들면 세계관이나 주인공 같은 캐릭터는 그대로 두고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리부트로는 풋내기에서 모험가(학살자)로 변모하는 라라 크로프트를 그리며 큰 인기를 얻었던 툼 레이더 (2013)가 있으며, FPS 시조새! 둠을 리부트한 둠 (2016), 그리고 최근작으로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가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원작과 똑같은 이름을 사용하지만, 스토리텔링은 확연히 다르게 흘러가는데요. 원작의 후광을 등에 업고 큰 성공을 거두는 게임도 있는 반면, 말 그대로 원작과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다 보니 때론 설정 충돌이 일어나거나 원작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보통 라라 크로프트와 둠 슬레이어처럼 유니크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중심을 잡고 있으면, 원작과 다른 스토리로 전개해 나가더라도 캐릭터 성을 헤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전개에 큰 거부감이 들지 않는 편입니다.




  

 



리마스터에 이어 리부트까지 근래에 이루어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4: 모던워페어가 출시했던 2007년만 하더라도 주로 세계대전을 다루는 FPS 게임이나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현대전을 배경으로 사실적인 묘사, 뛰어난 연출을 통해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11월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레거시 에디션' 이상 구매 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드'를 제공하는 끼워 팔기를 하면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드는 리마스터보다 리메이크에 가까울 정도로 그래픽 품질을 개선했고 캐릭터의 모션 등도 원작과 달리 개선된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것을 리마스터라고 해야 할지 리메이크라고 해야 할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그리고 3년 뒤에 리부트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019)는 비록 원작 시리즈보다 여러 면에서 아쉽지만, 여전히 뛰어난 연출로 호평받고 있습니다. 특히 항상 장난감 총소리 같던 총기 음이 나아졌고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019)의 멀티플레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무료 배틀로얄 게임인 콜 오브 듀티: 워존은 지난 4월 16일 5,000만 플레이어를 기념하는 트레일러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원작 1개(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를 바탕으로 3개의 게임(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마스터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콜 오브 듀티: 워존)을 선보이며 현재 엄청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죠. 





마치며


과거 명작들을 이식하거나 리마스터, 리메이크 또는 리부트하는 흐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회사의 입장에서 자본과 인력이 적게 투입되면서도 실패 위험도 낮은 선택지를 마다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도 훌륭한 리마스터나 리메이크 등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쳐 3와 같은 퀄리티로 위쳐 1, 2를 리메이크해 준다고 상상해보면, 저는 그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CD 프로젝트 RED라면 그 기대에도 부응해줄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과거의 명작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참신한 작품이 새로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우물은 고갈되어 버릴 것입니다. 또한 무분별하고 출시에 급급해 만든 저급한 리마스터 게임의 출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거 아타리판 E.T.같은 저질 양산 게임이 넘쳐나면서 게이머들이 게임 시장을 외면하고 결국 시장 자체를 괴멸 직전까지 몰고 갔던 아타리 쇼크와 같은 게임계 불황이 다시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게임도 역시 퀘이사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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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퀘이사존님에 의해 2020-05-10 10:39:24 퀘이사 칼럼게시판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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