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젠 7 5700X - 라이젠 7 3700X의 재림으로 볼 수 있나?
사실, 테스트 직전까지만 해도 라이젠 7 5700X를 보면서 과거 라이젠 7 3700X를 떠올렸다. 라이젠 7 3800X와 별 차이 없는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발열량과 소비전력이 확실히 낮아 상품성이 우수했던 바로 그 녀석. 그렇다면 라이젠 7 5700X는 라이젠 7 3700X 재림이라 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이유는 멀티 스레드 풀로드 상황에서 두 모델의 클록 주파수가 예상보다 조금 더 벌어졌기 때문. 결정적인 원인은 TDP 차이겠지만, 과거 3800X와 3700X도 TDP 차이가 동일했던 상황에서 평균 부스트 클록 차이는 이보다 작았기 때문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작업 성능에서는 두 모델 간의 성능 차이가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5700X 구매를 고려한다면, 서술한 특성을 꼭 참고하자.
반면 게임 성능은 좋은 의미에서 라이젠 7 3700X의 재림이라 볼만하다. 클록 주파수 차이도 크지 않고, 실제 성능 역시 5600X보다 뛰어난 성능에 5800X에 근접하는 수준을 보였다.
■ 라이젠 5 5600 - 라이젠 5 5600X를 극복하라 그리고 오버클록(feat. B2 스테핑)
결론부터 말해서 라이젠 5 5600은 스스로 빛나기엔 넘어서야 할 벽이 있다. 바로 너무나 강력한 존재감과 상품성을 가진 5600X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 성능은 예상대로 5600X에 근접하며, 그 차이 역시 크지 않다. 즉 5600에게 유일하게 남은 과제는 소비자들에게 5600X 대비 "확실히 저렴하다"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지 여부다.
철저하게 국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달린 문제인데, 쉽지 않은 문제다. 이미 5600X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 20만 원 초반대면 구매 가능한데, 5600의 MSRP는 $199다. 환율 대입하면 5600X 국내 가격을 초과해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CPU는 그래픽카드와 달리 수많은 파트너사를 통해 다양한 모델로써 공급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5600에 눈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의 포인트에서 아주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는 데 그것은 바로 오버클록.
라이젠 5 5600은 B2 스테핑 기반으로 확인했으며, 올코어 오버클록 잠재력은 최소 5600X 못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본 테스트에 쓰인 샘플만 해도 올코어 4.8 GHz를 어렵지 않게 달성했기 때문. 스테핑 개선으로 인한 장점으로 추측되지만, 하나의 샘플 결과이기 때문에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어쨌든 라이젠 5 5600은 소비전력 및 발열량이 부담되는 모델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오버클록까지 고려한다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 올코어 4.8 GHz 오버클록이 적용된 라이젠 5 5600은 작업 성능은 물론, 대부분의 게임에서도 확실한 성능 향상을 가져다준다.
■ 라이젠 5 5500 - 세잔 5600G에서 내장 그래픽 빼고 가격 낮추고
이미 이 제품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 설명은 끝난 것 같다. 말 그대로 기존 라이젠 5 5600G에서 내장 그래픽이 제외되고, 클록도 약간 낮아졌다. 대신 가격을 확 낮춰 외장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려는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형들에 비하면 비록 캐시 메모리가 반토막 나는 바람에 게임 성능은 확실히 차이난다. 5600G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메모리 오버클록이 강점이라고 해도 태생적으로 따라잡기란 힘들다. 게다가 PCIe 4.0이 아닌 3.0 지원이니 RX 6500 XT처럼 PCIe 레인수가 x4로 제한된 그래픽카드 조합은 반드시 피할 필요가 있다. 이것만 주의한다면 하위 모델, 보급형 모델로서 고성능 CPU 자원이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려해봄직 하다. 기존에 라이젠 5000 시리즈 라인업에서 하위 제품군이 부실했던 만큼, 해당 영역을 보강하기 위한 제품으로써 가치가 있는 것.
■ 10종 게임에서 라이젠이 강세를 보이는 게임들은?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
라이젠 5000 시리즈 3종 CPU가 추가된 만큼, 이번 벤치마크에서는 현시점의 게이밍 성능을 다시 한번 제대로 점검해 보는 차원에서 테스트 조건을 강화했다. 테스트 게임 타이틀 수는 10개로 늘렸고, CPU 별 메모리 조합 역시 딱딱한 JEDEC 표준이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또 목표로 삼는, 비교적 현실적인 설정을 적용하였다.
그 결과 가장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라이젠 5 5600X, 5600 vs. 코어 i5-12400F 관점에서 라이젠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디아블로 2: 레저렉션 등 대중성과 높은 인기를 가진 게임들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10종 게임 종합 성능에서도 오차 범위 이내의 높은 성능으로 귀결된 바, 열거한 게임들을 즐기는 유저라면 라이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10종 게임 평균 성능은 게임 타이틀 선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양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곧 해당 CPU의 절대 게이밍 성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재밌는 점은 정말 오랜만에 진행한 스타크래프트 2에서의 성능은 인텔 12세대가 라이젠을 압도한다는 것. 해당 게임에서의 성능을 보면, 일단 양 제조사 승부를 떠나 FPS 수치가 상당히 낮은데, 이는 CPU 병목 현상이 극대화되는 '대규모 유닛 전투 상황'을 테스트 구간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그래픽카드를 장착해도 결국 CPU 성능에 따라 FPS 수치가 결정되기에, 벤치마크 주제가 CPU라면 매우 이상적인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스타2가 구식 DX9 API를 사용하고, 멀티 스레드 활용 능력이 낮아 싱글 스레드 성능이 우수한 인텔이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 가장 치열한 세그먼트에서 다시 한번 박차를 가하는 AMD
오늘 살펴본 3종 CPU는 엄밀히 말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보기엔 신선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인 게 아키텍처, 공정 모두 동일하지만 기존 제품 라인업에서 클록과 TDP 또는 내장 그래픽을 비활성화하는 등 가지치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아직 등장할 시기가 아니기도 하고... 결국 3D V-Cache를 탑재한 라이젠 7 5800X3D가 출시 예정이긴 하나, 이 모델은 젠 4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 등장 이전에 선보이는 스페셜 제품 성격에 가깝다.
정리하면, 3종 CPU는 라이젠 5000 시리즈 판매량 다수를 차지하는 핵심 라인업 영역의 상품성을 다듬고, 최적화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발표된 3종 CPU 가격대가 철저하게도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159~$299 범위라는 게 이를 방증한다.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물론 젠 4 아키텍처를 이미 예고한 마당에, 라이젠 5000 시리즈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 각자의 사정은 다를 것이고, 기다릴 시간도 여유도 없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보다 풍성하고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메뉴판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오늘 선보인 3종 CPU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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