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선보이는 10세대 코어-X 프로세서 모놀리식(Monolithic) 다이로 구현하는 인텔의 자존심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HEDT, 하이엔드 데스크톱이라 부르는 프로세서 라인업은 인텔로부터 파생되었습니다. 10세대 코어-X 프로세서라고 부제목을 소개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10번째로 출시되는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HEDT 라인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샌디 브리지-E(Sandy Bridge-E) 프로세서로, 제품명은 3000번대가 부여되었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출시한 10세대 HEDT 프로세서는 엄밀히 따지자면 7번째로 출시되는 제품군인 셈이죠.
인텔 HEDT 프로세서 라인업의 아키텍처는 메인스트림 데스크톱 프로세서 라인업과 같이 차근차근 발전해나가는 수순을 밟아 왔습니다. 하지만 점차 정교하고 세밀해지는 제조공정으로 인해 동일한 다이 크기에 더 많은 코어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역설적이게도 코어 수가 많아지면서 지금껏 꾸준히 적용해오던 링버스 구조로부터 탈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의 링으로 연동할 수 있는 코어는 최대 12개 정도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HEDT 이상으로 많은 프로세서가 투입되는 제온(Xeon) EP 라인업에서 2개의 링으로 24 코어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조의 변화가 필연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오늘날 코어-X 시리즈로 부르는 7세대 HEDT 프로세서부터 도입된 새로운 구조, 메시(Mesh) 아키텍처입니다.
메시 아키텍처는 이름 그대로 코어를 비롯한 프로세서 구성요소들이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된 형태를 뜻합니다. 기존 링버스 구조로는 구현할 수 있는 코어 수의 한계와 비대칭 구조로 구현되면서 발생하는 레이턴시 문제 등 해결이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죠. 그리하여 적용된 메시 아키텍처는 코어 확장이 쉽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코어를 비롯한 요소 간 통신이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에 메시 클록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요. 이는 흡사 인피니티 패브릭 클록에 발이 묶여 있던 AMD 라이젠 프로세서와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메시 아키텍처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텔은 차근차근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새롭게 출시하는 HEDT 제품군이 리프레시 제품이라는 소식은 분명 아쉽게 느껴질 만한 것이지만, 조금 더 부스트 클록을 끌어올렸음에도 9세대 HEDT 대비 반값 수준의 가격에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HEDT 시장의 점유율과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인텔의 야심이 살짝 내비치고 있습니다.
아직 새로운 아키텍처가 적용되기 전 과정이기 때문에, 이번 10세대 코어-X 프로세서 역시 이전 세대의 리프레시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코어-X 시리즈인 7000X 프로세서의 리프레시(9000X 프로세서)의 리프레시인 셈이죠. 인텔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한 것 같은 14nm 제조 공정과 최적화를 통해 부스트 클록을 소폭 높이는데 성공했습니다. ITBM(Intel Turbo Boost Max) 3.0 기준으로 4.5 GHz 수준에 머물렀던 9000X 프로세서와 달리, 10000X 프로세서는 ITBM 3.0 기준 최대 4.8 GHz까지 동작합니다. 전체적인 부스트 클록이 향상된 셈이죠. 물론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기는 합니다. 향상된 부스트 클록이 온전히 적용되는 범위는 최대 12 코어까지고, 그 이상의 코어가 한꺼번에 구동되는 상황에서는 9000X 프로세서와 동일한 부스트 클록으로 동작하게 되죠. 즉, i9-10940X와 i9-10980XE는 13 코어가 한꺼번에 동작하는 고부하 상황에서 9000X 프로세서와 동일한 올 코어 클록으로 구동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듀얼/쿼드 코어가 동작하는 환경에서는 부스트 클록이 확실히 향상되었습니다. 시스템을 사용 중인 상황에서 순간적인 버벅임이나 소량의 코어만 쓰는 소프트웨어에서는 조금 더 부드럽게 체감될 수 있겠네요.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샜는데, 어쨌든 이번 코어-X 시리즈 역시 모놀리식 다이, 하나의 거대한 다이로 만드는 전통적인 구조가 적용되었습니다. 다이 하나의 크기가 거대하기 때문에 하나의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수량과 불량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코어를 비롯한 CPU 구성요소간 거리가 짧은 만큼 레이턴시 등에서는 유리하다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인피니티 패브릭으로 코어간 통신을 원활하게 하여 코어 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AMD에 대응하여 인텔도 색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을 테지만, 모놀리식 다이로 HEDT 라인업을 유지한다는 자존심은 이번 세대에도 지키려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인텔 역시도 시장 경쟁 구도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고 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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